입고 No.002 범죄 2010년대 캐나다

시럽 창고에서 물이 나왔다

창고에 늘어선 드럼통 사이에서 통 하나를 안고 있는 점원

메이플 시럽에도 전략 비축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도둑이 들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누군가 캐나다 퀘벡의 시럽 창고를 조금씩 비웠다.
통은 돌아왔다. 안에 있던 시럽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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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정보
품목번호
002
품목
범죄
오늘의 점원
리샤르 발리에르
원산지 (사건의 무대)
캐나다 퀘벡
제조연도
2011–2012년
상품구성
본품 6 + 덤 1
드럼통 위에서 균형을 잃고 팔을 벌린 회계사
01/ 06

가벼워진 드럼통

2012년 7월 30일, 회계사 미셸 고브로(Michel Gauvreau)는 퀘벡 생루이드블랑포르의 한 창고에서 시럽 재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시럽이 가득 든 드럼통은 하나에 약 280킬로그램. 통은 여섯 단으로 쌓여 있었고, 그 줄이 창고 안쪽까지 이어졌다.

통 위로 올라선 순간, 발을 디딘 통이 쑥 꺼졌다. 그는 균형을 잃고 팔을 벌렸다.

통이 너무 가벼웠다.

흔들어보니 비어 있었다. 옆 통의 뚜껑을 열자 시럽 대신 맑은 물이 들어 있었다.

겉으로는 통이 그대로였다. 뚜껑을 열어야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창고는 가득 차 보였다.
안에 든 것만 달라져 있었다.

통 하나는 620파운드, 약 281킬로그램이다. 사람이 밀어서 굴릴 수는 있어도 들어 올릴 수는 없는 무게다.

벽처럼 쌓인 드럼통 앞에 선 점원과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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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에도 비축고가 있다

여기는 평범한 식품 창고가 아니었다.

퀘벡의 메이플 시럽 생산자 단체는 풍년에 남은 시럽을 모아 보관한다. 흉년이 들면 그 물량을 풀어 시장에 공급한다.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니, 많이 나오는 해와 적게 나오는 해 사이를 이어줄 재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메이플 시럽 전략 비축고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정부 시설은 아니다. 생산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비축 체계다. 도난당한 시럽은 당시 임시로 빌린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그 건물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었다.

비축한 것은 시럽이었다.
사라진 것도 시럽이었다.
청회색 통의 시럽을 갈색 통으로 옮기고 빈 통에 물을 채우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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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을 돌려놓는 도둑들

도둑들은 창고를 하룻밤에 털지 않았다.

드럼통을 조금씩 실어냈다. 다른 장소에서 시럽을 빼내고 물을 채운 뒤, 통을 제자리에 돌려놨다. 빈 통을 그대로 되돌려놓기도 했다.

창고 안에 다른 구역을 빌린 공범도 있었다. 같은 건물 안에서 통을 옮긴 뒤 별도의 하역장을 통해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통이 움직여도 창고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돌아온 통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도 크지 않았다.

2011년 가을에 시작된 절도는 이듬해 여름까지 이어졌다.

시럽을 빼내고
통은 제자리에 돌려놨다.
드럼통 위에 놓인 재고 조사 클립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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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1통 분량의 시럽

발각된 뒤 두 달에 걸쳐 재고를 다시 셌다.

사라진 시럽은 드럼통 9,571개 분량이었다. 무게로 약 2,700톤. 당시 도매가로 1,800만 캐나다달러가 넘었다.

창고에 있던 시럽의 약 60퍼센트였다.

한꺼번에 옮기려면 대형 트럭 100대가 넘게 필요한 양이었다. 하지만 도둑들은 그런 행렬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열 달에 걸쳐 조금씩 가져갔으니까.

금고를 비우는 데는 몇 분이면 된다.
시럽 창고를 비우는 데는 계절이 필요했다.
서로 다른 용기에 담긴 같은 색 시럽을 맞대어 보는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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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시럽은 어디로 갔을까

시럽에는 일련번호가 없다. 다른 통에 옮겨 담긴 시럽을 보고 어느 창고에서 왔는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경찰은 시럽이 움직인 경로를 추적했다. 업계 관계자 300명가량을 조사했고, 시럽을 끓이는 솥과 지게차, 저울까지 들여다봤다.

훔친 시럽은 퀘벡을 벗어나 뉴브런즈윅을 거쳐 온타리오와 미국으로 흘러갔다. 출처를 모른 채 사들인 유통업체도 있었다.

회수된 시럽은 450톤이었다.

이미 여러 곳으로 팔려나간 시럽을 모두 되찾지는 못했다.

창고에서는 도난품이었다.
유통망에서는 상품으로 팔렸다.
법정 책상 앞에 앉은 점원과 작은 돈 묶음, 봉인된 서류 뭉치
06/ 06 · 마지막 장

남긴 돈과 물어낼 돈

리샤르 발리에르(Richard Vallières)는 사기와 절도, 장물 거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정에서 그는 훔친 시럽을 약 1,000만 캐나다달러에 팔았지만 자기 손에 남은 건 100만쯤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운반과 중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1심은 징역 8년과 90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선고했다. 항소법원은 그가 실제로 남긴 100만 달러까지 깎았다.

2022년, 캐나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캐나다 대법원2022년

수입과 비용을 나눠 이익률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범죄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일이 된다

최종 벌금

9,171,397.57 캐나다달러

10년 안에 내지 못하면 6년 추가 복역

대충, 한마디

팬케이크 위에 올라갈 줄 알았던 시럽이 대법원까지 올라갔네요.

끼워팔기

시럽에도 OPEC이 있다

단풍잎에 연결된 밸브에서 유리병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시럽

비축고를 운영하는 생산자 단체는 시럽을 보관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 농가마다 생산 한도를 정하고,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조절한다.

퀘벡은 세계 메이플 시럽 생산의 중심지다. 이곳의 공급량이 달라지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풍년에 남는 시럽을 보관하고 흉년에 풀면, 공급과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줄일 수 있다.

공급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빗대 ‘시럽의 OPEC’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정해진 유통 체계 밖에서 시럽을 팔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 많이 팔고 싶은 생산자와 그 물량을 사려는 구매자가 만났다.

발리에르에게 붙은 ‘배럴 롤러(barrel roller)’라는 별명도 이런 거래와 관련돼 있다. 정해진 유통 경로 바깥으로 시럽을 파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축고 안에는 시럽이 쌓였고
그 바깥에도 시장이 있었다.

매입처

Brendan Borrell — The Great Canadian Maple Syrup Heist (Bloomberg Businessweek, 2013) · 재고 조사 현장, 620파운드 드럼통, 60퍼센트·1,800만 달러, 트럭 100대, 창고 내부 구역 임대 수법

The Canadian Encyclopedia — Great Canadian Maple Syrup Heist · 감시 카메라 부재, 뉴브런즈윅 경유 유통, 회수량 450톤, 퀘벡의 생산 점유율, 배럴 롤러

CBC News — Maple syrup thief must pay $9.1M fine, Supreme Court rules (2022) · 벌금 910만 달러, 10년 기한과 미납 시 6년 추가

Supreme Court of Canada — R. v. Vallières, 2022 SCC 10 · 판결 이유, 체포 인원 16명

Canadian Lawyer — SCC maple syrup case clarifies court's discretion to reduce fines in lieu of property forfeiture (2022) · 와그너 대법원장의 판시 인용, 이익률 기준을 배척한 이유

이 페이지의 그림은 AI로 제작한 이야기용 연출이며, 실제 인물의 외모나 당시 현장을 재현한 기록 사진이 아니다. 도난 규모와 형량, 벌금은 보도 시점과 재판 단계에 따라 숫자가 달라 최종 확정치를 기준으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