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No.001 범죄 1920년대 프랑스

에펠탑을 두 번이나 팔려고 한 남자

중절모를 쓰고 위임장을 든 남자와 에펠탑

매물은 에펠탑.
단, 판매자는 주인이 아닙니다.

남의 물건을 파는 것도 사기다. 이 남자는 나라의 상징을 팔았다.
심지어 한 번 성공한 뒤, 같은 수법으로 파리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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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정보
품목번호
001
품목
범죄
오늘의 점원
빅토르 루스티그
원산지 (사건의 무대)
프랑스 파리
제조연도
1925년
상품구성
본품 7 + 덤 1
카페에서 신문을 읽다 멈춘 남자와 떠오른 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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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넘기다 손이 멈췄다

1925년 파리의 어느 카페. 빅토르 루스티그(Victor Lustig)가 신문을 넘기다 짧은 기사 하나에서 손을 멈췄다. 에펠탑의 유지·보수 비용을 다룬 기사였다.

같은 기사를 읽은 사람은 많았다. 다들 그냥 넘겼다.

기사의 요지

에펠탑,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

탑을 관리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면, 철거해서 고철로 판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을까.

루스티그는 그 이야기를 거래로 만들기로 했다. 물론 탑의 주인은 아니었다.

읽은 사람은 많았다.
넘기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에펠탑의 유지·보수 비용은 당시 실제로 오르내리던 화제였다. 루스티그는 이미 돌던 이야기를 사기의 재료로 썼다.

호텔 회의실에서 고철업자들에게 서류를 내미는 가짜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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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부터 공무원처럼

루스티그는 정부 관료를 사칭하고, 정부 문서처럼 보이는 가짜 서류를 준비했다.

파리의 유력 고철업자 몇 명을 초대한 곳은 고급 호텔 오텔 드 크리용(Hôtel de Crillon). 서류도, 만나는 장소도 정부의 큰 거래처럼 보이게 꾸몄다.

그가 내놓은 설명은 이랬다. 에펠탑의 수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정부가 탑을 철거하고 고철로 팔기로 했다는 것.

업자들에게는 그 고철을 살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구조상의 결함, 수리 비용, 그리고
제가 말씀드릴 수 없는 정치적 문제로 —”

「제가 말씀드릴 수 없는 문제」라는 화법은 루스티그가 썼다고 전해지는 표현이다. 다만 이 문장은 그날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기록이 아니라, 전해지는 화법을 살린 재구성이다.

입에 손가락을 대고 비밀을 지시하는 남자와 몸을 기울인 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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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없는 이유는 극비였다

루스티그는 이 거래를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철거 계획이 미리 알려지면 여론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업자들은 여기서 의심했어야 했다. 그런데 루스티그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방의 공기가 바뀌었다.

비밀이라는 말은 보통 의심을 부른다. 여기서는 반대로 작동했다. 나만 듣고 있다는 감각이 그 이야기를 사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부가 에펠탑을 판다는데 왜 아무런 발표가 없을까. 극비라는 설명은 그 의문까지 덮어주었다.

공개된 매물도, 공식 발표도 없었다. 그런데 그의 설명대로라면, 아직 없다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에펠탑 모형과 저울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두 사람
04/ 07

그리고 진짜로 팔렸다

거래에 응한 사람은 고철업자 앙드레 푸아송(André Poisson)이었다.

푸아송은 이 큰 계약을 사업을 키울 기회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루스티그는 계약을 밀어주는 대가라며 뇌물까지 따로 받아냈다.

탑을 살 돈에, 계약을 따낼 돈까지. 푸아송은 실제로 돈을 건넸다.

그가 샀다고 믿은 것은 철골 7,000톤이 넘는 탑이었다. 실제로 받은 것은 종이 몇 장이었다.

돈을 받은 남자에게는 철골 한 조각을 팔 권한도 없었다.

푸아송은 그날 두 번 돈을 냈다.

에펠탑 공식 사이트는 당시 탑에 쓰인 철의 무게를 약 7,300톤으로 기록한다.

비 오는 밤 경찰서 앞에서 계약서를 든 채 돌아서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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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앞에서 돌아섰다

며칠 뒤 비 오는 밤. 푸아송은 경찰서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들어가지 않았다.

돈을 잃은 것보다 견디기 어려운 게 있었다. 내가 에펠탑을 샀다고 경찰 앞에서 소리 내어 말하는 일. 에펠탑 공식 사이트도 그가 창피함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루스티그는 이미 돈을 챙겨 파리를 떠난 뒤였다. 그런데 기다려도 사건이 알려지지 않자, 다시 같은 사기를 시도했다.

피해자의 침묵이 사기꾼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셈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한 번 더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돋보기로 봉인을 살피는 업자들과 문밖에 선 경찰
06/ 07

같은 대본, 다른 관객

얼마 뒤 루스티그는 파리로 돌아왔다. 새 고철업자들을 상대로 다시 에펠탑을 팔겠다고 나섰다.

대본은 똑같았다. 문제는 관객이었다.

이번 업자들은 봉인을 뜯는 대신 돋보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도장을 들여다보는 동안, 문밖에는 이미 경찰이 서 있었다.

루스티그는 서명을 받지 못한 채 프랑스를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감옥 창살 안의 남자와 책상 위의 사망증명서
07/ 07 · 마지막 장

직업란에 적힌 한 줄

루스티그는 1935년 미국에서 붙잡혔다. 이번에는 위조지폐 때문이었다.

20년 형을 받고 알카트라즈로 갔다. 그리고 1947년 3월 11일 밤 8시 30분, 폐렴으로 죽었다.

그의 사망증명서에는 뜻밖의 직업이 적혀 있었다.

사망증명서의 직업란

견습 판매원

Apprentice salesman

에펠탑을 팔아치운 남자. 사망증명서에 적힌 직업은 ‘견습 판매원’이었다.

실제 사망 장소는 알카트라즈가 아니라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의 연방 수형자 의료시설이다.

대충, 한마디

팔 수 없는 것을 팔던 남자. 끝내, 정식 판매원은 못 됐네요.

끼워팔기

알 카포네에게서 5천 달러를 받아낸 방법

벽에 드리운 갱단 두목의 그림자와 마주 앉은 남자, 시가와 돈가방

에펠탑 말고도 유명한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이번 상대는 갱단 두목 알 카포네였다.

스미스소니언이 소개한 일화에 따르면, 루스티그는 두 달 안에 두 배로 불려주겠다며 카포네에게 5만 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그 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금고에 넣어두었다가 두 달 뒤, 일이 잘되지 않았다며 원금을 그대로 돌려줬다.

카포네는 그를 정직한 사람으로 여겨 5천 달러를 건넸다고 한다.

돈을 불리는 대신, 돈을 돌려주는 모습을 믿게 만든 것이다.

매입처

Eiffel Tower Official Website — Who sold the Eiffel Tower? · 첫 번째 매각 성공과 두 번째 시도 실패, 철 약 7,300톤

Smithsonian Magazine — The Smoothest Con Man That Ever Lived (Gilbert King, 2012) · 신문 기사, 푸아송과의 거래, 카포네 일화

Smithsonian Magazine — The Man Who Sold the Eiffel Tower. Twice. (Jeff Maysh, 2016) · 위장 공무원, 수감과 사망, 사망증명서의 직업란

이 페이지의 그림은 AI로 제작한 이야기용 연출이며, 실제 인물의 외모나 당시 현장을 재현한 기록 사진이 아니다. 두 번째 매각의 성사 여부와 거래 금액은 자료마다 달라 금액을 생략하고 ‘두 번 시도’로 적었다.